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을 바탕으로 한 프랑스의 그래픽노블 『콩고』(2013)는 암흑의 핵심을 파헤치는 <말로>, 즉 조지프 콘래드의 눈으로 콩고를 바라본다. 역사적 인물을 주로 다루는 만화 시나리오 작가인 크리스티앙 페리생이 글을 쓰고, 만화가인 톰 티라보스코가 목탄을 이용해 아프리카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였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은 작가의 콩고 강 운항 경험을 소설화한 것으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에 의해 영화화도 되었다. 이 작품은 어둠의 대륙 아프리카에서 영국인 선장 <말로>가 전설적인 인물 쿠르츠의 행적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어둠은 원시적인 아프리카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인 문명 세계이자 아프리카를 손안에 넣으려는 제국주의일 수도 있다. 또한 더 깊은 근원인 인간 본성 자체일 수도 있다.
『콩고』는 거대하며 길고 긴 매혹적인 뱀 같은 콩고로 떠나는 콘래드의 뒷모습부터 시작해 그가 마음과 몸에 커다란 상처를 안고 영국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 제국주의 시대 서구인들이 바라본 아프리카는 계몽의 대상
" 콩고에서 일하게될 너 같은 사람들은 모두 계몽사잘단이지,
나는 네가 정말 부럽구나 콘라드 ! 수백 만명의 사람들을 끔찍한 풍습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니."
암요 그렇고 말구요.
* 계몽에 대한 당연한 보상으로 생각한 자원 수탈과 정복의 과정
"서양의 빛으로 그 대륙을 밝혀 주어야겠죠. 하지만 회사는 이익을 위해서도 일하겠죠."
"그야 당연하지 고생에는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니? "
단편적 지식으로 또는 편견을 가지고 당시 그곳으로 가는 유럽인들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단지 정직한 일거리를 찾아 떠난 삼람들역시도 자신들의 양심과 반대되는 상황들과 마주하며 자신을 돌아보게된다.
일거리를 찾아, 그리고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콩고에 간 콘래드는 탐욕스럽고 살기등등한 식민주의자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는 충격을 안고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제국주의라고 하는 일차적인 사상, 곧 멀리 떨어진 영토와 그곳에 원래 살던 원주민들을 복속시켜야 하는 필요성을 양심의 의무 차원에서 문제 삼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다른 식민지 정착자들과는 달리 그는 적어도 자선을 내세우는 제국주의란 사실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는 점만은 충분히 깨달았다. 상업적인 이익만이 우선하며, 맹목적인 이익 추구를 위해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가장 지탄받아야 할 것은 천하의 괴물 같은 쿠르츠의 태도가 아니라, 더 많은 상아를 얻기 위해 처음부터 그가 택한, 원주민을 착취했던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한 사장을 비롯한 다른 모든 사람들의 태도라고 콘래드는 말한다. 쿠르츠가 쓸모없는 인간이 되자 비로소 사람들은 그의 방식이 건전하지 못했으며, 그는 비겁한 자라고 비난한다. 쿠르츠는 버리지만 그가 보장해 주던 상아마저 버리지는 않은 것이다. 유럽 전체가 쿠르츠라는 괴물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다는 콘래드의 결론엔 그러므로 깊은 통찰력이 담겨 있다.
전 세계가 타이어와 패킹, 전선 제조를 위해 고무를 원했다. 수요가 너무도 많아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레오폴드 국왕에게는 행복을 가져다 준 이러한 세태가 콩고 주민들에게는 깊은 절망을 안겨 주었다. 고무라는 마술 액체를 뽑아내는 굵직한 덩굴들은 적도 부근 숲에 널려 있었다. 무역 회사들의 탐욕이 극에 달하자 사람들은 고무를 얻기 위해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고무 수확을 위해 걸리는 한 달에 25일이라는 시간은 바꿔 말하면 마을에서 사냥을 하고 토지를 개간하거나 집을 지을 수 없는 시간이기도 했다. 국가의 공식 군대나 민간 용병대로 발탁된 아프리카 출신 군인들은 정해진 고무 수확량을 달성할 때까지는 여자와 어린이들을 인질로 잡아 두라는 명령을 받을 정도였다.
반기를 드는 자들은 개처럼 처형당했고 고무 공포로 인하여 지역 주민들 전체가 숲 속으로 숨어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군대는 집과 수확물을 불태웠으며 가축들을 도살하고 주민 수천 명을 기아와 탈진으로 죽게 만들었다.
* 아프리카 가장 심연한 곳에서 만난 것은 무엇일까?
" 내가 거기서 그자들을 만났다는 걸 아시오?
누구 말이오 ?
스텐리의 아류들. 야비한 모험가들.
용맹과는 거리가 먼 무모한자들. 대담하지도 못하고.
돈에 눈이 먼자들, 용기없는 잔인한자들.
"이 나라의 내장에서 단물을 빼어먹는것이 그들의 유일한 욕망이지
기후만 견딜 수있다면 말이오.
제일 끔찍한 건 내가 그들보다 영리하다고 믿었다는 사실이오.
그들의 머리꼭대기에 오라 앉았다고 믿었으니.
나 역시 그 광기 속에 빨려 들어갈 뻔 했는데도 말이오.
안녕히 계시오 로저."
"언젠가 우리가 증언할 날이 올겁니다."
그 땅은 이 세상의 모습이 아니었네. 우리는 정복당한 괴물이
족쇄를 찬 광경에는 익숙해 있네만, 그곳에는, 그곳에서는 어떤
흉악한 것이 자유롭게 설치는 것을 볼 수 있었네. 그것은 이 세상에
속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들도…… 아니야,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곤
할 수 없었네. 실은 그것이 제일 고약한 일이었네.
그들도 어쩌면 인간일지 모른다는 의심 말일세.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지. 그들은 소리소리 지르고, 펄쩍펄쩍 뛰고,
빙빙 돌며 무시무시한 인상을 썼는데, 우리를 전율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들도ㅡ자네들과 똑같은ㅡ인간이라는 생각, 즉 이 야성적이고도
격렬한 소란이 우리와 아무 관련 없진 않다는 생각이었네.”
ㅡ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 77~78면 이석구 옮김 을유문화사
“아프리카에서 우리는 선사 시대 땅의 유랑민들이죠.
우리가 다른 시대 사람이며, 우리에겐 기억이 없음을
깨닫지 못하면 아프리카를 절대 이해할 수 없어요.
우리는 태초의 암흑 속에서 여행을 하는 셈이죠.
아무런 흔적도, 추억도 남겨 놓지 않은 그 시대 말입니다.
이 땅은 비인간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비인간적이지 않습니다. 그게 제일 고약한 거죠.
그들은 끔찍하게 인상을 쓰면서 포효하고 뛰어다니지만
그들의 인간성은 우리와 다를 바 없죠. 그건 여러 세기 전
우리의 모습, 우리가 길들인 그 모습을 반영할 뿐입니다.“
ㅡ 『콩고』 본문 중에서
1899년 제국주의 시대 아프리카 오지
그곳은 밝은 빛의 세계에서도 순수한 야성이 노골적으로 펼쳐지던 콩고,
인간 가슴속 깊이 잠재한 본연의 본성을 보여주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리고 우리에게 물어본다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은 어디쯤인가 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