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드님과 도보여행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흥사단 국토순례’에 보낸 적이 있어요. 자원봉사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국토를 순례하는 캠프죠. 아이가 순례를 마치고 한층 성장해서 돌아왔더군요. 그렇게 두 해를 보냈는데, 아이가 6학년이 되니 저도 함께 가고 싶더라고요. 무엇보다 제가 기자생활을 할 때는 너무 바빠서 아이와 함께 해주지 못했기에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Q 도보여행이 쉬운 일이 아닌데요. 아들이 선뜻 따라 나서던가요?
당연히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도보여행의 대가로 좋은 선물을 주기도 하고, 칭찬도 해주면서 계속 이끌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흘러가니 이제는 아들이 저와 함께하는 도보여행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여행 안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가더군요.
어느덧 아들이 고2가 되었는데, 친구들이 한창 공부한다고 할 때도 저와의 도보여행을 선택하더군요. 그때는 미안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어요.
Q여행지 선정은 어떻게 했나요?
무조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어요. 요즘에는 도보여행객들을 위한 길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지만, 여전히 위험해요. 그래서 무조건 안전한 거리인지를 먼저 살펴요.
또 저는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저와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거나 저와의 이야기가 있는 곳을 택하려고 노력해요. 저의 과거를 공유할 수 있도록요.
Q 아들과 여행을 많이 다니시지만, 요즘 많은 아빠가 원하는 ‘프렌디 대디(Friendy Daddy)’를 지양하시는 것 같아요.
네, 이런 제 의견에 대해 반박하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은데요. 저는 ‘49대 51’의 비중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상하지만 2%의 비중을 엄함 쪽에 둬야 한다는 거죠. 아이가 어릴 때는 프렌디 대디가 좋겠지만,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는 아빠를 거부하고 아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지향하게 돼요. 이때 친구 같은 아빠의 모습으로는 아이를 제대로 이끌어 줄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친구 같은 아빠보다 약간의 권위를 가진 아빠의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도보여행이 아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시간의 점’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교 축사 때 지금 하고 있는 현재의 일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잠재력이 되고,
그 잠재력이 미래 언젠가 힘을 발휘할 날이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워즈워스의 경우 알프스 여행을 하면서 본 풍경이 뇌리에 남아 시간의 점이 되었고,
이는 그가 자연주의 시인이 되는 데 엄청난 동력이 되었지요.
제가 아들과 함께한 도보여행도, 아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점이 되어,
미래 언젠가 힘을 발휘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네이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