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_ 황수연
일단 처음엔 친한 친구도 없고 그래서 오기 싫으면서도,
한편으론 꿈에 그리던 유럽을 탐방한다는 설렘으로 조금은 긴장되었다.
그리고 거제 아이들과 한데 모여서 가는 것도 역시 좋기도 싫기도 했다.
어렸을 적 비행기를 타보곤 처음이라 긴장되었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서로서로 처음대하는 친구들이라 무척 어색했다.
그랬던 친구들이 15일간 같이 생활하면서 나누었던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헤어지는 순간에는 울컥했다.
영국은 정말 기대이상이었다.
런던 시내의 코벤트가든 광장에서 벌어지는 길거리 공연은 한국에서는 좀처럼
아니 정말 보기 힘든 공연으로 나에게는 신기하고도 값진 공연이었다.
어쩌면 기대를 잔뜩 하고 본 오페라의 공연보다, 이런 것을 전혀 기대하지 않고 만나게 된 것이
나를 더욱 놀라게 만들었나 보다.
런던에서의 영국식 아침식사가 스크램블과 콩, 소시지와 순대 비슷한 햄, 빵과 시리얼 주스 두세 종류
치즈와 햄 요구르트 구운 토마토 등 여러 가지를 경험 했지만 3박4일간 늘 똑같아서 신기했다.
옥스퍼드 유스호스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외국의 빵과 치즈 소세지등 힘들었던 음식이 어느 정도 적응되려 하니
여행의 마무리에 와있다
아쉽기도 하고, 불과 몇 일전에 인천공항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주간의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간 것 같다.
그래도 물건을 잘 잃어버리던 습관이 있던 나에게 이번 여행 동안 잃어버린 물건 하나 없이
잘 마치게 되어 다행이고 다행스럽다.
영국을 뒤로하고 프랑스로_
인솔대장인 김 규동님이 프랑스 유학을 했기에
다른 나라보다도 더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도 더 기대가 되었다.
역시 프랑스에서는 모나리자를 감상한 거랑 달팽이요리 수플레 에펠탑 등이 인상적이었다.
모나리자는 관람객과 대화를 유도하는 그림이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그런 감정을
내 자신은 느끼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아쉬움을 모나리자 사진 찍는 것으로 달래야 했다.
그래도 모나리자를 직접 보았다는 자체에 만족하고, 이 추억을 소중하고 뿌듯하게 간직해야겠다고
나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달팽이와 수플레 요리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기대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맛이 있었다.
무엇보다 불어를 조금 배우게 돼서 좋았고 루브르와 오르세이 박물관에 간 것이 정말 맘에 든다.
그 다음은 오스트리아 빈 그리고 스위스_
생각보다 물가도 비싸고 유럽의 정상인 융프라우 에서 눈썰매를 타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스위스까지 이동하는 동안 예상치 못한 열차 고장으로 기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며,
일 년 동안 볼 눈, 아니 거제도에서 평생 동안 볼 수 있는 눈을 다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눈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여기다 스위스 전통식당에서 맛본 퐁뒤와 라클렛은 술맛이 조금 난 것 외에는 맛도 있고
훌륭한 음식이라고 생각됐다.
소시지가 유명한 독일, 게다가 거리도 예뻤다.
우리가 방문한 모든 대학들은 정말 뜻 깊었다.
내가 질문을 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질문과 현지 유학생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
옥스퍼드 대학은 도시전체가 대학으로 정말 크게 느껴졌다.
수학과의 송찬영님은 어쩌면 그렇게 자신감 있게 설명해주고 또 문제를 내고하는지
우리가 만난 현지의 유학생분들 모두 자신감이 넘쳐있어 부러웠다.
캠브리지 대학 방문에서는 캠브리지 강변을 따라 배를 타는 펀팅 Punting 이 최고였다.
배를 타며 캠브리지 대학을 도는 것이었는데 옥스퍼드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이었다.
소르본은 영국에서 보았던 대학보다 작아 보였지만 뭔가 말 할 수 없는 엄청난 기품 같은 것이 느껴졌다.
설명을 들었던 카페에서 먹던 차도 신기한 맛이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국립과 시립음대 2곳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만난 대학 교수님들은
교수님이라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없어 신기했다.
그 교수님은 플류트 전공이었는데 하루에 14시간씩 연습한다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 연습 하냐고 하니
“하고 싶은 일이니 그 만큼 해도 안 질린다고” 하셨다.
하이델베르크 역시 인상 깊었다. 더 많은 대학과 한번 더했으면 하는 야간열차가 아쉽다.
나는 적당한 인원수로 지하철 기차 버스 등 현지 교통을 이용하면서 다닌 대학탐방이 힘들긴 했지만
이렇게 잘 마치고 나니 좀 더 많은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장님들 14박 15일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이 더 있는지 잘 모르지만 대학 탐방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다시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